리톱스 씨앗 파종

2017. 4. 13. 16:02S.C.H

사무실과 가깝고 제법 규모가 큰 5일장이라 언젠가는 구경한번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차에 정말 우연한 기회에 모란시장에 갔다. 

딱히 필요한 물건은 없었지만 이것 저것 없는거 빼고 있을 것은 다 있는 생각보다 큰 시장이었다.  건널목과 지하철 출구에는 장날임을 알려주는 듯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다육식물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다육이들이 펼쳐 놓은 꽃집 앞에 걸음을 멈추고 한참 구경을 하던차에 구석에 조그마한 화분에 딱 하나 있는 정말이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말 발굽 같은 아이를 하나 구입했다.

주인에게 혹시 얘 이름은 뭐냐고 물으니 '리톱스'라 이름표를 하나 써준다.

리톱스? 이름이 뭐가 중요해.  바로 까먹을껀데 ... 

사무실 책상에 올려 놓으니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고  며칠을 지나니 바람이며 햇빛이 부족해서인지 시들 시들 쪼그라들고 있었다. 물을 절대 많이 주지 말라고 꽃집 주인이 얘기한 것이 생각이나 집에 갔고 왔더니 식구들 역시 무관심.

조용히 다른 다육이와 함께 슬쩍 화분에 옮겨 놓았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도 새로운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나도 이 아이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채널이 몇십개 되는 케이블TV, 번호는 몇백번까지 나가니깐 정말 몇백개 되려나?

여느때와 같이 볼만한 프로가 없다며 툴툴거리면서 리모콘을 꾹꾹 누르다가 EBS의 "살아 있는 돌, 리톱스"라는 방송을 보게 되었다.

리톱스! 돌이 살아 있어? 뭔 소리야...

리톱스?

이거 우리집에 있는 아이 아닌가? 오랫만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EBS 방송을 끝까지 보게 되었다.

리톱스! 신기한 녀석이네... 매력있는 걸!!

여태 관심조차 못 받고 있었는데.... 어디 한번 볼까?


계절이 몇번 바뀌었던 탓인지 관심을 못 받아서인지 처음 봤을 때 느낌과는 다르게 터프하게 변했다.

혼자라 쓸쓸한가? 방송에서 봤던 리톱스들은 화분에 여러개 있고 인터넷을 통해 보는 사진들도 군집을 이룰 때 더 이뻤던 것 같다.

리톱스 몇개 더 사볼까?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파종? 씨를 뿌려? 


인터넷 검색중에 리톱스 씨앗을 파종했다는 블로거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 결정장애인 나는 또 망설였다. 그냥 화분째 이쁜 애를 골라서 살까? 아니면 씨를 뿌리고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데 발아부터 시켜서 애지중지 몇년을 기다려 볼까?

결정을 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씨 200개 뿌리면 뭐 반은 나오지 않을까?

많은 구입 후기가 있는 사이트를 통해 파종세트를 구입했다. ('* 늘 e 정원')

파종세트를 구입하니 마치 농부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파종이라니...

택배를 기다리는 시간은 몇번을 거듭해도 빠르게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느꼈다. (사실 택배 올 것을 잊고 있을때 받아야 기쁨이 두배가 될 것 같은데 요즘은 신청하자 마자 택배어플을 통해 시간마다 검색을 해보고 있다. 받아 보는 기쁨 두배 보다는 당일 배송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각플분12개 + 파종용토+바닥용 세척대립마사토 + 화장토용세척소립마사토 + 이름표 + 저면관수대 + 황금마사토+ 이름표?? 제법 다양하게 이것 저것 필요한 것들로 구성된 알찬 파종세트다.

도전 !! 200립 파종 


2017.3.22 주문한 파종세트 도착 이것 저것 가지수가 제법 많다!!


한봉지에 ​100립.  발아가 될까?

조그마한 사각분에 돌과 흙을 순서대로 넣고 바닥에 물을 채워주면 저면관수 준비 끝





다시 한번 리톱스 씨앗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일단, 리톱스의 종류가 너무 많고 특별히 생김새나 이름을 알고 있지 못해 리톱스믹스로 200립을 구입!

약봉지 하나당 100립이라 하는데 포장하는 분은 정말 100개를 넣었을까?

나를 사각분 하나에 20립씩 넣어보려 5등분해봤다...100립이라면 5등분했으니 20립씩이겠지?

보이지는 않지만 사각분에 200립을 나눠 뿌린 후 스프레이하고 랩을 씌웠다.


2017. 4. 2 아직 쌀쌀하여 실내에서 관찰 중


밤과 낮으로 온도차이가 있다보니 씌운 랩에 물방울이 생긴다. 

물방울 생겨 씨앗으로 떨어지면 씨앗의 발아를 방해하고 물러질 수 있다고 하여 물생김 방지를 위해 구멍을 뚫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두었다.  

이유는 사실 어느정도의 촉촉함을 유지해 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10여일 지났는데 이틀 간격으로 퇴근 후 살짝 스프레이 해줬고 저면관수를 해서 물의 줄어듦을 확인하며 주말에 보충해줬다.

돋보기로 할아버지 처럼 저녁마다 발아된 씨앗을 찾아 눈이 뻑뻑해졌지만 파란 싹을 보게 되면 정말 기분 최고다.

적록색약인 나는 씨앗을 찾기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어두운 마사토를 위에 깔았으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2017.4. 16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싹들


20여일 지나니 생긴 모습도 제각각 드뎌 쉽게 싹을 찾을 수 있다.

사진으로 보는 크기랑은 비교도 안될 만큼 작지만 발아가 되어 싹이 난다는 것이 신기할 뿐...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신기함에 사진이 좀 많이 찍었다)


2017.4 . 25  제법 진하게 변하고 있는 아기 리톱스들


한달이 지나자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다.

원래 색깔인지? 아니면 자라면서 진하게 변하는지 모르지만 색깔이 다양해 지고 있다. 

불안하지만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 실내에서 베란다로 사각분들을 이동시켰다.

여전히 저면관수를 하고 있으며 2-3일 간격으로 아침 출근전에 살짝 물스프레이 해줬다.


2017.6. 6 아직도 작기만 한 리톱스 아기들


 오랫만에 사진 촬영을 한 리톱스들

아직도 조그마하고 이제야 싹이 올라오는 애들도 있다.  믹스 씨앗이라 발아 시기가 다른 점도 있겠지만 죽지 않고 살아 줘서 고마울뿐~

200립 중에 90개 정도 발아한 것 같다. 50%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반신반의 하며 뿌려 본 씨앗이라 나름 높은 성공률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저면관수를 한달에 한번 정도 물을 채웠다 하루 후에 빼준다 . 스프레이는 어쩌다 한번?

여름철에 신경을 꺼야 한다는데 자꾸 신경쓰여 스프레이를 잡았다 놨다 한다.

매일 아침 갈등을 반복한다.

제법 선명하게 갈라짐이 보여 리톱스 임을 확인 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