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향을 찾아서

2021. 12. 14. 11:31S.C.H

평소 향에 대해 관심이 많아 쉬는 날에는 가끔 인센스스틱(향) 을 켠다. 양키캔들을 켜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했고 워머를 사용해보지만 좋아하는 향임에도 동일한 향을 오랫동안 맡아야 한다는 단점 아닌 단점 때문에 인센스스틱으로 바꿔보았다. 하지만 겨울이란 계절과 환기 문제로 요즘 디퓨저로 관심이 끌리고 있었다.

향이란 것이 호불호가 꼭 있게 마련이라 내가 좋다고 집안에 놓을 수 없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진 않아도 무난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향을 골라야 한다.
시그니처 향 때문에 더 자주 가게 되는 교보문고. 우리 집에도 시그니처 향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연하게 방산시장 관련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방산시장에서 1만 원으로 디퓨저 만들기. 
디퓨저와 가격 두 가지 매력적인 요소에 직접 만들어 본다는 체험까지 할 수 있어 바로 동영상 저장(나중에 보기)을 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다시 본 동영상에는 친절하게도 평일 매장 오픈 시간까지 알려주었다. 바로 개인적인 일정과 방산시장 갈 날짜를 머릿속에서 그려보기 시작했다.  시간 내기 힘들면 꼭 더하고 싶은 참 참을성 부족한 나라는 존재를 또 확인하게 된다.  연말이라 휴가는 힘들고 다행히   토요근무가 있어 그다음 주에 대체휴무를  이용하기로 했다. 광장시장에 몇 번 다녀온 터라 근처에 방산시장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버스노선 몇 개를 찾아보았다. 와이프에게는 슬쩍 같이 가 달라는 취지로 귀띔을 해놓았다.  

기다렸던 대체휴무날 아침 동영상에서 보았던 매장을 열심히 검색하여 매장명을 찾고 길 찾기 어플을 이용해 쉽게 찾아갔다.  매장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삼삼오오 조금씩 모여들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서 당황한 것은 향의 종류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  나름 마음에 드는 향을 찾아보기 위해 이름표를 읽어보며 다양한 향을 시향 하다 보니 코가 마비가 된 듯

역시나 동영상에서 추천했던 향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여기서부터 꼬인 듯 ㅡ,.ㅡ 

결정 장애로 인한 일보 후퇴. 가격대를 확인하고 몇 가지 향을 픽해놓고 일단 시원한 바깥공기를 쐬고 다른 매장을 한 곳 더 보기로 

처음 방문한 방산시장은 지나가는 곳마다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했고. 이런 제품도 다 파는구나 하며 디퓨저 매장이 모여있는 건물로 향했다. 처음 방문한 곳이 단독 건물로 꽤 큰 규모로 회사에서 운영한다면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었다.

겉에서 보기엔 다 비슷한 분위기라 아직 손님이 없고 주인에게 상담(?)이나 정보라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한 곳을 발견했다.

이런저런 향을 맡아보고 주인에게 추천받는 게 시간 절약도 하고 실패 확률도 낮을 것 같다는데 와이프랑 의견을 같이했다.

오일이 진열된 곳은 다른 손님이 있어서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지만 어마어마한 오일 종류를 다음 방문 시 촬영해봐야겠다.

교보문고 시그니쳐 향과 흡사한 브랜딩 한 책향을 추천받고 이런저런 향을 추천받다가 갑자기 향수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니 정신을 차린 순간에는 결제액은 예상금액의 10배가 넘어 있었다 

사용하는 향수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향을 알아보고 있었고 요즘 유행하는 향을 추천받아 향수 전용 베이스도 함께 구입했다.

디퓨저나 향수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그냥 원하는 향의 오일과 베이스를 구입해서 비율에 맞춰 섞어주면 끝

디퓨저랑 향수용 베이스가 따로 있다는 사실과 베이스 또한 프리미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처음이라 그 차이는 모르겠고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생각에 프리미엄으로 구입을 했다.

보통 디퓨저는

오일+베이스+공병+스틱이 필요하다면 향수는 스틱을 제외하고 공병 대신 스프레이 향수병이 필요하다.

디퓨저는 오일 2 + 베이스 8 비율이지만 강한 향을 좋아하면 3:7로 섞어도 상관없다. 

직원분이 설명하시다가 촬영하세요 하셨던 비율표 

정확하게 저울로 용량을 측정하여 섞어보려 했으나 ㅎㅎㅎ

그냥 책향 두 개에 디퓨저 베이스 하나 이렇게 섞으면 됩니다.라는 말씀에 OK !!!!

향수 오일로는  오우드 우드는 내가  라임 바질 만다린은 와이프가 선택했는데 둘 다 향이 괜찮다

향수 베이스는 많이 큰 것을 샀는데 오일과 베이스를 눈대중으로 1 : 4로 섞어봤다.

아직까지는 향이 괜찮다. 사용하면서 진하면 베이스를 더 넣고 약하면 오일을 더 넣으면 그만이다.

팁이라면 팁인 건 향수를 만들 때는 향수 공병을 베이스로 일단 잘 소독(?)하고 전용 깔때기를 사용하여 오일을 향수병에 넣는다. 

같은 깔때기에 다른 오일을 사용하면 향이 섞일 수 있다. 

그리고 남은 오일이나 베이스는 시원한 곳에 보관하고 (냉장실 보관은 어떠냐 물었더니 ㅎㅎㅎ 그냥 실온에 두란다)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테이프 등으로 뚜껑을 봉해놓으란다. 난 전선용 테이프를 사용했는데 나름 만족스럽다.

디퓨저 스틱은 향이 줄어들면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거꾸로 꽂으면 되냐 물었더니 그냥 새것을 꽂으란다.

계산은 카드 결제 시 부가세가 별도였다.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지 않는데 다행하게도 계좌이체도 가능했다.

이렇게 방송으로 본 방산시장에서 1만 원으로 디퓨저 만들기 체험은 12만 원 이상을 쏟아붓는 절제하지 못했던 소비욕구가 아쉬웠지만 스스로 만든 디퓨저와 향수의 만족감은 상당히 높다.

양키캔들 - > 양키캔들 워머 -> 인센스스틱 -> 디퓨저 -> 향수로 이어지는 향의 욕구 만족은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