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 비우기 (정리는 버리기가 시작)

2021. 4. 26. 16:05S.C.H

작은 방들의 형광등이 깜박깜박한 지 몇 주가 지났다.

마트에 매번 형광등을 사러가기도 귀찮고 안정기 고장 빈도도 잦아지면서 기회가 되면 LED 등으로 교체하자고 마음만 먹고 있었다.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이유를 들자면 나이가 들어도 전기는 안전하게 차단기를 내려도 무섭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에서 이다. 

전공 때문인지 전기에 익숙한(?) 동생이 시간을 내주기를 바라고 있던 차에 갑작스럽게 내 손으로 직접 LED 등으로 교체를 하였다. 그것도 방 3개나 (언제가 될 지모르지만 거실과 남은 방과 화장실도 교체해야겠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남겨 놓는다는 것이 긴장한 탓인지 작업이 끝난 후에야 생각이 났다.

작업 후 환하기 비추는 방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이방이 이렇게 좁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크면서 개인 물건과 가족 공용 물건들이 늘어나자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이사를 했고...
하지만 지금의 집으로 이사오던 때와 비교하면 또 짐이 많이 늘었다. 짐이 많다고 매번 더 큰집으로 이사 갈 수는 없고 그것이 해결 방법은 아닌 것 같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을 포기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 있는 공간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을까?
이 많은 짐들은 왜? 무슨 이유로 샀는지? 꼭 필요한지? 점점 생각이 많아진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기적으로 침대나 책상 등 큰 가구의 위치를 바꾸는 편이다.  
올 해도 따뜻한 봄이 왔고, 이불 정리며 침대 시트를 바꿀 시점에서 또 한 번의 가구들의 위치가 바뀔 것이다.
이번에는 항상 눈에 걸렸던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다용도 방을 정리할 것이다.
 빨간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 가족들끼리는 빨간 방이라 불린다.  처음에는 베란다 확장공사를 한 방이라 매우 크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크고 작은 집안의 모든 짐들을 이곳에 모아둔 것 같다.
피아노와 그 큰 책상이 있어도 넓게 느껴졌었는데..
골프백에 청소기에 책장과 작은 수납장들 많은 것들이 들어와 있었다. 얼마 전 낡은 컴퓨터와 모니터 두대씩 정리해도 티가 나질 않는다.
거기에 최근에 구입한 접이식 러닝머신까지 자리를 잡고 있으니 말이다.
접지도 않고 항상 펴놓고 있는데 왜 접이식을 고집했는지? ㅎㅎㅎ

올봄 to do list의 첫 번째 항목은 빨간 방 정리이다.


버려서 줄일 수 있을까?

본가에 가면 점점 늘어나는 짐들을 보면서 가끔  부모님께 싫은 소리를 한다.
하지만 그 짐들 중에는 내가 어릴 적 사용하던 물건들과 부모님과 나와 함께한 추억들이 담긴 물건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고는 입을 닫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물건들을 절대 버리지 못할 것이란 것을...

점점 더 버리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임이 분명함에도 고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뭘까? 나름 생각을 나열해 보았다.

1. 물건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는 성격 

2. 무엇인가 좋아지면 계속 모으는 수집병 (충동구매)

3. 본전 생각

4. 설마 가끔씩 TV에 소개되는 물건을 쌓아두는 집주인들처럼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이라는 병???

물건을 버리면 안 되는 이유와 동일하다.(당연히 그래서 여태 못 버리고 있겠지만) 

하지만 이제는 물건과 공간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 비움을 통한 여유를 느낄 것인가 아니면 비좁더라도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보며 자기만족을 할 것인가?
시간을 두고 고민한 결과 비우고 여유 있게 빨간 방 이름에 맞는 공간을 되찾기로 했다.
아쉽게도 현재는 빨간 방임을 느낄 수 없도록 많은 짐들로 벽들이 가려져 있다.

그럼 정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물론 이사를 가는 것도 아닌데 모든 물건을 버리고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반만 비우기를 먼저 실천해 보기로 했다. 
역시 내가 여태 살아온 방식대로 결정이 어려울 땐 중간이 최선책이다. 
일단 해보고 중단하던 계속하던지 시작이 중요하다. 그리고 항상 시작하고 나면 중간은 간다.

버리고 정리할 물건들과 무조건 남겨야 하는 물건들의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정리할 물건들

1. 책장 속 다시 읽지 않을 책

2. 책장 위 먼지 쌓인 물건

  • 공기청정기 필터 4개(박스 포함)
  • 여태 모은 FC서울 선수 포스터
  • 신발 박스
  • 가방
  • 크리스마스트리 전구(박스)
  • 운동 및 건강기구
  • 각종 보드게임

3. 언젠가는 쓸 것 같은 잡동사니

  • 여행 기념품
  • 아이들 인형
  • 축구공(사인볼, 기념볼 등등)
  • 정체불명의 전선과 케이블
  • 아이들 초등학교 때부터 모아 온 학용품과 미술용품
  • MDF상자와 수납상자
  • 작은 책꽂이
  • 가베 교구
  • 부부 티테이블

4. 붙박이 장안의 안 입는 옷

  • 유행 지난겨울 오리털 패딩점퍼
  • 작아진 옷
  • 가방 포함

5. 이런 물건도 있었나 하는 이사 와서 한 번도 안 꺼낸 물건

 

무조건 남겨둘 물건들

1. 피아노

2. 테이블, 의자

3. 책장

4. 러닝머신 

5. TV

반만 비우기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지만 기대하고 희망하는 바가 있다.

1.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 대신 나와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 

  •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독서공간
  • 모닝 루틴 시 필요한 명상공간
  • 스트레칭 공간
  • 차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

2. 물건 찾는 시간 단축

3. 물건에 대한 욕심과 충동구매가 줄어들어 금전적 여유

 

중요한 것은 다시 채우기보단 정리한 공간은 앞으로도 항상 비운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데 도움을 준 유튜브가 있어 스크랩해 본다.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몸은 힘들겠지만 봄이 지나면 바뀌어 있을 빨간 방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