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힐링장소

2019. 3. 24. 13:16S.C.H


1주일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힐링 장소를 갖고 계신가요? 

언제 방문하더라도 약간의 설레임과 편안함이 있는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도 행복입니다.

좋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곳에 사는 것이 좋은지 주위에서 좋아하는 공간을 잘 찾는 요령이 필요한 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고 혼자서라도 절대 지루하지 않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에서 한주의 피로를 푸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또 한주를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 저만의 힐링 장소를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 보라면 우선순위로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서울월드컵경기장

말이 필요 없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팀 FC서울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시즌이 끝나면 휴식기가 정말 길게만 느껴집니다.

티켓(연간회원증) 인증하고 게이트를 통과하여 파아란 잔디를 처음 마주치는 순간! 항상 설레입니다. 

경기전 약 두 시간 정말 평화로운 시간을 온전히 저 혼자 경기장에서 보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경기 시작 2시간 전 입장합니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따사로운 봄 햇살을 느낄 수도 있고, 썬그라스와 챙이 큰 모자에 입안에는 얼음을 녹여가며 뜨거운 태양과 싸워 보기도 합니다.  나이 많은 아저씨가 옷을 젖혀가며 온몸으로 시원한 빗줄기를 맞아보기도 할 수 있으며 삼복더위 야간에는 한강 바람과 함께 경기장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늦가을에는 뼈마디가 쑤시는 칼바람과 운이 좋다면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볼 수도 있습니다.(저는 아직 눈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한 주 동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쌓여온 모든 스트레스를 90분 동안 쏟아 버릴 수 있는 곳입니다. 남녀노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하나가 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경기후에는 목이 쉬고 온몸이 뻐근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내야 또 한주를 채울 수 있다는 저만의 의식을 치루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처음 방문했던 2007년부터 지금까지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경기 결과에 따라 희노애락을 느끼게 해주는 이제는 집만큼 편안한 곳입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만큼 편하거나 애착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원정을 위해 찾는 타구단 경기장을 방문해도 비슷한 느낌을 갖을 수 있습니다.

시즌 중에는 지인들은 저에게 주말에 어디 갔냐고 뭐 했냐고 묻지 않습니다.  

경기가 있으면 당연히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있으니까요



둘째, 경의선 숲길

헬스장을 못 가거나 운동을 하지 못하는 주말에 자주 걷는 곳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연트럴파크(술트럴파크라고도 합니다)라고 불리울 정도로 조성 초기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곳입니다. 

최근에 연결된 공덕동까지의 숲길을 왕복하면 1만 보를 채울 수 있습니다. 요즘 만보 걷기에 푹 빠졌답니다.

이 숲길은 구간마다의 특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 한 권 갖고 벤치에 앉아 정말 여유로운 주말을 즐길 수 있거나 젊음과 패션 그리고 트랜드를 느낄 수 있는 구간, 홍대 앞 버스킹보다 조금 차분한 공연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있는 구간, 테마별로 꾸며 놓은 책거리, 정말 멋진 소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 

구간마다의 특성을 느끼고 반환점에서 차 한잔 마시고 돌아오면 이 또한 힐링이 되는 장소입니다.

만보 걷기가 우선인가? 걷다가 보이는 맛 집을 검증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셋째, 전쟁기념관에서 이태원 초입까지의 도로

아무 이유 없이 어릴 적 아버지의 직장 앞이라는 이유로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특별하게 그곳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거나 직장 사무실을 구경하거나 한 기억도 없는데 미군부대가 있고  정말 커다란 가로수와 함께 이국적으로 꾸며진 도로 그리고 그 옆 인도로 지나다니는 미군들의 모습들.

어렸던 저는 조그마한 동네 골목을 벗어나 마치 외국에 온 것과 같은 낯설고 신기한 풍경들이 강하게 머릿속에 남겨졌나 봅니다. 지금도 운전을 하며 이동을 할 때는 크게 돌아가지 않는 코스라면 그쪽 도로를 일부러 지나갑니다. 차들로 도로가 막히더라도 짜증 대신 미소가 지어지는 곳입니다. 


넷째, 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 돌담길

이곳과 저와의 연결고리는 초등학교 1학년을 광화문으로 통학했다는 정도입니다. 

광화문 사거리와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교보문고는 지금도 자주 발걸음 하는 곳이며 역시 좋아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저만의 치유나 힐링 코스를 말하라면 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립미술관을 말할 수 있겠네요

한동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지하철에서 일찍내려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몇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기도 했지만 시간이 여유가 있을 때는 시청에서 내려 꼭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습니다. 그곳에서는 고궁의 돌담을 통해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항상 도로를 가로질러 걷기보다는 그래도 숨쉬기 편한 지름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혼자 걷는 퇴근길이었기에 헤어질 사람도 없었습니다.

돌담길을 걷다보면 서울시립미술관이 나옵니다. 

꼭 전시를 관람하지 않더라도 건물과 건물 앞 조그마한 공원을 보면 편안해지는 곳입니다. 

물론 주말에는 무료 관람을 통해 부족한 문화적 감성을 채우며 미술관에서 하루의 반나절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삼청동

시간이 많으면 일부러 걷기 위해 찾는 곳 

시간이 없으면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

가족이 좋아하는 누룽지 백숙이 있는 곳 삼청동

삼청동은 근처에 인사동, 정독도서관, 북촌, 유명한 수제비집과  돈까스집,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그리고 요즘 찾아다니는 재미를 느끼는 숨어 있는 카페들 까지 골목들이 연결되어 있어 좋아합니다.

가족들과 함게 백숙으로 영양 보충을 하고 더불어 한 바퀴 돌다 보면 사람 구경 실컷 하고 제법 높은 곳에서 여유롭게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서울을 내려다볼 때면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구나 아둥바둥 살아가는 건 나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또 열심히 살자고 다짐을 해봅니다.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처음 가르쳐 주었던 성산대교 밑 

아주 먼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준비할게 많았고 긴장되고 신났던 첫 라이딩 홍제천 길

놀이공원보다 더 좋아했던 월드컵공원 놀이터

꼬맹이들의 체육대회였던 난지천공원

언젠가는 꼭 캠핑을 해보자고 약속했던 난지캠핑장

여의도 불꽃놀이 관람에 최적인 장소이며 항상 시험 기간이어서 억새축제를 즐기지 못했던 하늘공원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 참 좋은 공원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더 자주 함께 찾을 것 같았는데 유모차를 끌고 땀을 흘리며 주말마다 걷던 그곳을 함께 찾아가 본 지 오래되었네요.

하지만 이곳 또한 아이들과 함께 추억이 만들어진 우리 가족의 힐링 장소입니다.

동일한 장소를 통해 누구나 편안함과 위로받을 수 있지는 못하겠지만 자기만의 재충전할 수 있는 장소를 하나 만들어 놓는다면 주말이 따분하거나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힐링 장소는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