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덴드론(rhododondron)

2018. 6. 12. 15:57S.C.H

늦은 시간까지 왁자지껄... 웃음소리, 공연소리, 때로는 고함까지... 언제나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몇달만에 바뀌는 간판으로 최신 유행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바뀌는 상점들...  
이렇게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홍대앞이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던 시절이 있었다.
조용히 망원시장 주변으로 거대 상권을 형성해 버린 망원동의 골목들도 흥미 있었고...

하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큰 저택(?)들이 많아서일까? 조용하고 한가로운 연희동 골목을 좋아하게 되었다.
주말 붐비는 대형마트와는 다르게 오붓하게 장을 볼 수 있는 연희동만의 오래된 마트가 있고, 쉽게 바뀌지 않고 오랜 세월 영업을 해온 연희동만의 맛집도 있고 요즘은 골목마다 생기는 조그마한 개인서점들에 관심이 간다.

아직까지 한 번도 2층집에 살아보지 못하고 있지만...어려서부터 2층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2층은 아니라도 조그마한 다락방에 무엇을 하든 개인 작업실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

요즘은 오래된 2층집을 개조하여 음식점이나 카페로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2층집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한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허물고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남아 있는 2층집에 대한 흔적들이 밖에서 상상만 했던 구조와 많이 달랐던 점이나 오밀조밀한 구조로 되어 있는 내부를 볼 때면 웃음이 나올 때도 있고 마치 카페가 아닌 지인들 집에 방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대형 커피전문점에 길들여진 입맛에 낯선 커피를 마신다는 모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탓에 새로운 카페가 생겨도 무심코 지나다니다 새로 주택을 개조한 카페를 발견했다. 대로변에 있는 탓에 오가며 자주 보았던 2층집.


어짜피 커피맛은 입에 맞지 않을것이고, 비가 오는 탓에 따뜻한아메리카노 주문을 하고 구경을 시작했다.
조그마한 계단을 따라 올라갈 때는 펼쳐질 재미있는 공간을 생각하며 최대한 천천히 올라간다.

역시 오밀조밀하게 분리해 놓았던 공간들.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기에 정말 탐나는 공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창을 통해 바라보이는 집앞 풍경.
누군가 시간마다 나와서 한개피씩 피웠을 베란다.
하루 종일 2층에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공간들
물론 살림살이들로 꽉 차게 된다면 또 느낌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아파트와는 다른 이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덕분에 비오는 날 커피의 쓴 향기나 뜨거운 첫 모금은 놓쳤지만 새로운 구조의 2층집 구경과 잠시 행복했던 시간을 얻었다.  시간이 된다면 기다렸다가 2층에서 끈적끈적한 열대야를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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